10. 각인의 탑, 1988 / 정우성

<각인의 탑>은 버려진 돌을 쌓아 올린 원초적인 조형이 특징입니다. 
자연에서 캐낸 아름다운 원석을 자르고 다듬어 건축 소재로 만드는 과정에서 
거친 면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이를 위한 건축을 하게 된 것입니다. 
피라미드 형상으로 돌을 쌓아 언젠가 낡아 쓰러질 도시에 조형물을 세우고, 
그 위에는 종루에 달린 범종처럼 탑을 얹었습니다. 

서울 남부, 한 석산(石山) 아래 지은 이 건축물은 
도시의 흐름 속에 사라져버릴 지역의 이야기와 전통, 
그리고 땅과 하늘을 향한 작가의 염원을 각인한 ‘저항의 조각’ 입니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땅속 깊숙이 뿌리내린 건축으로  
아티스트의 스튜디오로 사용하다 훗날 수장고가 되길 바라며 설계했습니다.